골목은 우리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입니다.
낡고 남루하지만 그 곳에는 사람사는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페트병에 담겨 있는 풀꽃 한 송이, 지붕 위에 자라고 있는 고추며 가지같은 채소들.
골목길 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우리네 옛 골목길 풍경을, 삼십여년 사진으로 담았던 고(故) 김기찬 선생님이 그 분입니다.
선생님의 사진첩에는 사진을 찍은 장소와 연도가 적혀 있습니다.
가끔 기회가 닿으면, 그 사진 속에 등장했던 골목들을 찾아봅니다.
많은 곳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만,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 남아 있는 골목길들은 곱게 단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피랑, 태극도, 개미, 아랑조을, 납덕골, 열우물...
전국 방방곡곡, 사라지고 잊혀질 뻔한 골목들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경기도 수원시에도 근래들어 아름다운 벽화골목이 만들어졌습니다.
찾기도 쉽습니다.
수원화성 화홍문 가까이에 자리잡은 행궁동 벽화골목이 그곳입니다.
행궁동 벽화골목은 “대안공간 눈”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 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화홍문에서 시작한다면, 무지개꽃길을 먼저 걷게 됩니다.
이렇게 화홍문이 보이면, 정반대로 돌아봅니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처음 보이는 왼쪽길 좌우로 작품들이 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벽 뿐만 아니라 이런 자투리 공간에도 작은 그림들이 숨어 있으니 잘 찾아 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주차장 벽면을 장식한 이 벽화가 행궁동 벽화골목의 대작(大作)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의 쉼터길은 다소 짧은 길이구요^^;;
주차장에서 밥집 왼쪽으로 이어지는 행복한 길은, 느낌이 다양한 벽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옷가지도 보이고,
산 할아버지는 구름모자를 쓰셨다는데,
이 신사는 구름 우산을 잡고 있네요 ㅎ
다시 주차장쪽으로 내려와 무지개꽃길 마지막 작품 두 가지를 봅니다.
Edgar David Argaez 라는 멕시코 작가의 습작1 이라는 작품과
정세학 작(作), 김홍도의 씨름도 입니다.
보시다시피, 씨름도 뿐만 아니라 탈춤과 활쏘는 사람도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드디어 “대안공간 눈”에 도착했습니다.
“대안공간 눈”은 전시실과 카페, 판매, 체험공간으로 활용되는 문화공간입니다.
개관 시간은 정오(12시) 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합니다.
대안공간 눈 주위로는 골목길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데,
약도를 참조해서 걷다보니, 신기하게도 서로 연결이 되더라구요.^^
어디로 먼저 들어갈까 하다가 처음아침길로 우선 향했습니다.
사랑하다길, 요 왼쪽이 처음아침길입니다.
끄트머리는 세 갈래로 나뉘는데, 지금 걸어 온 처음아침길과 로맨스길, 뒤로가는길 입니다.
맨 왼쪽 로맨스길을 먼저 둘러 봤습니다. 구간이 제일 짧은 길입니다.^^;
분기점(?)으로 돌아가 뒤로가는 길로 들어섭니다.
초입에는 대문 아래 한쪽으로 노란 민들레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이 그려지기 전부터 이 오토바이는 늘 이곳에 있었나봅니다.~
시멘트 벽에 선으로만 표현된 그림도 있으니 잘 살펴 보세요~
무심코 지나치기 쉽습니다.
이 명패와 문패, 우체통도 임지은 작가의 작품이랍니다.^^
처음아침길 입구와 사랑하다길 입구 사이에는,
그 유명한 금보여인숙이 있습니다.
가운데 대문 좌우로, 거대한 물고기가 그려져 있지요~
오래된 담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네요~
공간과 공간 사이 수줍게 피어 있는
한 송이 소박한 꽃 능소화.
여기저기 골목길을 방황하다보니 어느덧 “대안공간 눈”으로 돌아왔습니다.
장안동 사거리로 가는 길에 마지막 작품을 봅니다.
아까 골목집 맞은편에서 봤던 “다시 서는 나무” 연작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 벽화 뒤로는 기념사진용 벽화가 하나 더 숨어 있답니다. ㅎㅎ
이렇게 행궁동 벽화골목 이모저모를 살펴 봤습니다.
수원화성 나들이 길에 벽화골목도 꼭 구경해 보세요~~
참,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공간입니다.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조심 조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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