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강원도와 더불어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지라 접경지대의 특성을 살려 도보여행길을 만들었습니다.
“DMZ 평화누리길”이란 이름의 이 도보여행길은 서해안 김포에서 시작해서 고양, 파주를 거쳐 중부전선 연천까지 이어집니다.
지난 2010년 5월 8일 공식 개장한 평화누리길은 12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장 189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구간은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
이전에 평화누리길 연천 둘째길이라 부르던 구간입니다.
연천 둘째길의 시점(출발점)은 숭의전지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숭의전까지 가기 위해서는 전곡터미널이나 동두천 구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타야 되는데, 운행 편수가 많지 않습니다.
전곡터미널 출발 58번 버스는 오전 10시 30분, 동두천 구터미널 출발 52번 버스는 오전 10시 20분 편을 타면 오전 11시 정도에 숭의전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정류장에서 내린 후 어수정과 홍살문을 지나 숭의전지 앞마당까지 올라갑니다.
언덕길이 끝나는 곳에 숭의전 안내소가 있는데, 그 옆에 평화누리길 코스 안내판이 있습니다.
연천 둘째길은 전체 평화누리길 구간 중 세번째로 길며, 완주에 6시간 혹은 그 이상이 걸립니다.
중간에 물과 음식을 조달할 곳이 딱히 없어서 미리 준비를 잘 해서 출발해야 하지요.
걷다보면 이런저런 볼거리가 드문드문 나오는데, 시간조절을 잘 해야 해 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답니다.
길 안내를 살펴본 후 바로 앞에 있는 숭의전을 관람합니다.
숭의전은 고려 4왕과 고려 16공신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한국전쟁 때 파괴된 것을 1972년 부터 하나 둘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답니다.
숭의전 앞 강변 쪽에는 수령 5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고목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데, 일명 “고려 왕실을 지키는 나무”라 불립니다.
숭의전과 주변을 둘러보고 잠두봉으로 향합니다.
누에를 닮았다고 하여 잠두란 이름이 붙은 봉우리 위에는 임진강과 그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아직은 수풀이 무성하여 앞이 잘 안보이네요.^^;
주변 경관을 살펴보고 산길을 따라 한참 걷다보면 민가가 나옵니다.
들어가도 되는 건지 망설이게 되지만 이리로 지나가는 게 맞습니다.
집을 빠져 나온 후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면 도로와 만나는데, 길 오른편에 묘 하나가 보입니다.
묘소의 주인공은 초대 숭의전사를 지낸 왕순례로 고려 제8대왕 현종의 원손이랍니다.
자신이 관리하던 숭의전 가까이에 영원히 잠드셨네요.
안내판을 읽어보고 마전사거리까지 걸어갑니다.
이 구간은 일반 도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오가는 차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후좌우 잘 살피면서 걸어야겠죠?
한 30분 정도 걷고 나니 삼화교 앞 사거리가 나옵니다.
사거리에서 진행방향 정면 도로를 따라 계속 직진.
이 표지판을 만나면 오른쪽, 동이리 방면으로 걸어갑니다.
내리막이 끝나면 거의 평탄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오른쪽에 연천 당포성이란 표지판이 보입니다.
연천 당포성은 이른바 선택관광지랍니다.
큰 길에서 빙 둘러가는지라 생각보다 시간이 제법 소요되니 전체 일정을 고려해서 구경해 보세요.
임진강 주상절리 직벽 위에 건설된 이 성은 고구려인들이 쌓은 것이랍니다.
간단한 구조이지만 조망이 생각보다 좋습니다.
당포성에서 내려다 본 임진강.
아름답지요? ^^
당포성을 구경하고 도로로 나와 한참 걷다보면 또 하나의 선택관광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
현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유엔군의 화장장 시설로, 한국전쟁의 아픔이 담긴 곳이기도 합니다.
화장장을 살펴보고 또 다시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이후 동이리 주상절리까지는 딱히 볼거리가 없습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이런 갈림길 표지판이 나오면 오른쪽 길로 들어갑니다.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구간인데, 다리를 건너기 전 왼쪽 농로로 내려가면 됩니다.
어수선한 분위기이지만 리본이며 표지판이며, 길 안내를 워낙 잘해놔서 헷갈릴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한참 농로를 따라 걷다보면 동이리 코스모스길이란 안내판이 나옵니다.
화살표 방향으로 걸으세요.~
거대한 교각이 보이면 길찾기 성공한 겁니다.
이 길을 처음 걸었을 때는 가운데 부분이 비어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연결되었네요.
길 끝까지 가면 놀라운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연천 둘째길 최고의 볼거리인 동이리 주상절리대.
아래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랍니다. 한 1/3에서 1/4 정도.
현무암 주상절리 직벽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길게 이어지지요.
비가오면 폭포가 되는 구간도 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그 흔적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서 강변을 걸어도 되고, 제방을 따라 걸어도 됩니다.
제방 중간쯤에는 쉼터가 있는데, 식수대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편리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간이화장실도 있지요.
제방이 끝나면 강변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이후로는 2킬로미터 정도 흙길과 자갈길을 걷습니다.
비가 많이 온 후에는 길이 물에 잠기거나 주상절리가 무너져 내려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문득 뒤돌아서서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그 다리를 바라봤습니다.
이 쯤에서 보는 게 제법 멋있군요.^^
이 구간에서는 주상절리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주상절리는 보통 육각기둥 형태로 쪼개져서 떨어지는데, 중간에 틈이 많다는 얘기죠.
그래서 이렇게 졸졸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걸 보기도 있습니다.
강변이지만 숲속같은 오솔길을 한참 걷다보면 다시 제방길과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왕징면까지는 끝도 없는(?) 시멘트길입니다.
이후로는 주상절리를 볼 수 없는지라, 여기서 마지막으로 주상절리를 감상해 봅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이 멋지죠? ^^
제방길은 초반에 수로를 건너는 딱 한 구간을 제외하면 높낮이 없이 평탄합니다.
지루할 수 있으니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해 보세요.
지나가는 고라니를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근방을 지나다가 고라니와 만난적이 있네요.
수로를 건너 임진대교를 향해 걷다보면 길 왼편에 놀이동산이 보입니다.
입장료는 없구요. 임진물새롬센터에 딸린 공원입니다.
좀 더 윗쪽에 오토캠핑장도 있습니다.
캠핑장을 지나면 임진대교와 연결되는 큰 길이 나옵니다.
다리 아래로 건너갈 수 있게 길을 내 놨으니 위험하게 도로횡단 안해도 됩니다.
다리를 건너고 나면 짧게 강변길을 통과한 후 다시 제방을 따라 걷게 됩니다.
부등배수펌프장을 지나 제방 끝까지 가면 숲길이 시작됩니다.
길의 이름은 “임진강 고구려 보루 숲길”.
임진강은 삼국이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했기에 보루, 성이 많았답니다.
초반에는 길이 좁고 가파르니 조심해서 걸으세요.
오르락 내리락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갑자기 평평한 땅이 나옵니다.
연천 무등리 2보루 자리입니다.
숨 한번 고르고 계속 숲속길을 걷습니다.
잠시 도로를 가로지르는 구간이 있는데 아주 잠깐입니다.^^;
또 다시 숲속길을 걷게 되지요.
길 표시가 아주 촘촘하게 되어 있어서 갑자기 좁아지는 산길도 문제 없습니다.~
흙바닥만 보이다가 커다란 달걀같은 동글동글한 바위가 보이면 고성산 보루에 가까이 왔다는 뜻입니다.
이 산중에 뜬금없이 긴의자가 보이는군요. ㅎㅎ
위에 봉긋 솟아있는 곳이 고성산 보루입니다.
그늘이 져서 사진으로 찍으니 입체감이 덜한데, 실제로 보면 분화구처럼 내부가 반원형으로 파여있습니다.
보루 오르는 길 양쪽에는 안내판이 있어서 보루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성산보루를 지나면 거의 내리막이며, 이 숲길도 조만간 끝이 나게 됩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숲길을 걸으면서 도무지 임진강을 볼 수 없었네요.
강쪽이 울창한 숲에 가려져서 그런 것이지요.
아쉬움이 들던 차에 갑자기 넓은 공터를 만났습니다.
전망대?
그러면 그렇지!
기쁜 마음에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을 따라 걸었습니다.
진입로가 의외로 긴 편이더군요.
내리막길 끝에서 드디어 전망대를 보았습니다.
절벽 위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 종점인 군남홍수조절지에서부터 저 아래 주상절리가 있는 동이리까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이 막힘없이 시원스럽게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마음껏 감상한 후 숲길 걷기를 마쳤습니다.
숲길 끝에도 고구려 보루숲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숲길이 끝나면 종점까지는 계속 시멘트 혹은 아스팔트 도로입니다.
저 멀리 언덕 위의 하얀 집들은 연천 허브빌리지입니다.^^
논에 가로막혀 직진하는 길은 없고, 유턴(U-turn) 하듯 마을길을 빙 돌아서 허브빌리지까지 갑니다.
언덕길이 내리막으로 바뀔 무렵 길 오른쪽에 허브빌리지 입구가 보입니다.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4시.
아직 문닫는 시간까지 한 시간 이상 여유는 있지만, 이 넓은 곳을 보고 나서 종점까지 간다면 해지고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하기에, 고민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통과했습니다. ㅠㅠ
허브빌리지는 다음 기회로~
허브빌리지를 지나면 북삼교라는 큰 다리가 보입니다.
우선 다리 아래 도로를 따라 나룻배마을까지 간 후 제방길을 이용해서 북삼교로 올라갑니다.
북삼교는 2백미터 정도 되는 제법 긴 다리입니다.
별도로 인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서 걷는데요.
지나다니는 차량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이라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길을 잘못든 게 아니면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풍경도 앞서 지나 온 북삼리전망대 못지 않습니다.
하류(임진교 방향)의 모습,
그리고 상류(군남홍수조절지 방향)의 모습.
좌우를 살펴보며 북삼교를 건넙니다. 다리가 길어서 한참 걸어야 반대편 끝을 볼 수 있습니다.
다리 끝 오른쪽길로 내려가면 북삼교 아래를 지나 자전거전용도로 시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군남홍수조절지까지는 제방 가장자리로 난 깔끔한 자전거전용도로를 걷게 됩니다.
보시다시피 보행로도 만들어 놨으니 걸어가도 문제 없습니다.^^
군남홍수조절지가 가까워지면 전망대도 두어 곳 보입니다.
이곳은 군남홍수조절지 직전에 있는 평화누리길 쉼터에요.
다른 전망대와 달리 여행안내지도며 주변 볼거리 소개판이 있습니다.
쉼터부터 군남홍수조절지 두루미테마파크까지는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뿐사뿐 걷다보면 여러가지 두루미 조형물이 설치된 공원이 나옵니다.
서부전선 디엠지(DMZ) 지역은 임진강, 한탄강 같은 강을 따라 습지가 많아서 겨울에 철새들이 많이 이곳으로 날아와서 월동을 하지요.
이런 점에 착안하여 두루미(학)를 주제로 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두루미와 얽힌 이야기도 함께 구성해 놓았습니다.
그냥 두루미 모형을 군데군데 배치해 놓은 것 같지만, 이렇게 다 뜻이 담겨 있답니다.^^
두루미테마파크는 여기가 끝이 아니고 윗쪽에 또 다른 조형물이 배치된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두루미보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긴 조형물이 많습니다.
여기에 마지막 전망대도 있지요.
군남홍수조절지 뒷편 높은 곳에서 주변 경관을 마지막으로 감상합니다.
실질적으로 두루미테마파크가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평화누리길 연천 둘째길)의 종점입니다만,
코스상 종점은 도로를 따라 큰길쪽으로 1백 미터 쯤 걷다보면 나옵니다.
여기까지, 무려 6시간이 넘는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 걷기를 마쳤습니다.
어느덧 해는 점점 저물어 가고, 버스정류장이 있는 큰길까지 부지런히 걷습니다.
앞에 보이는 게 선곡리 교차로(삼거리)입니다.
교차로에서 길 건너지 말고 왼쪽 갓길을 따라 걷다보면 선곡리마을회관이 보입니다.
마을회관 앞쪽에 버스정류장이 있습니다.
연천 55번 시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며, 종점은 전곡시내버스터미널입니다.
편도 소요시간은 25분 내외.
매시 30분 정도에 이곳을 지나는데,정류장에 실시간 버스정보시스템 모니터가 있어서 버스 운행 상황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답니다.
이렇게 평화누리길 11코스 종주기를 마무리합니다.
길고도 긴 구간 중간중간에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많이 숨어 있는 길입니다.
기회되시면 한 번 걸어보시구요.
가급적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시길 권해드립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 공식 카페에 방문하시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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