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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기록하다

3월, 입학, 서울살이, 그리고 서울나들이

by 초록배 201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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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딱히 다른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보니, 졸업이나 입학같은 행사에 무덤덤해 집니다.^^;;

겨울의 끝 2월에 졸업식이 있은 후,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로 들어서면, 각급 학교에서는 입학식을 치릅니다.

신문에서, 방송에서, 지면을 혹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입학의 풍경들을 흘려 보다가,

문득 오래전 일들, 입학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유난히 춥고, 3월 중순에도 눈이 내리던 그해의 기억이...


시골에서 유학 온 학생에게 서울은 신천지였습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무덤덤한 일상의 공간이
타자(他者)의 눈에는 마냥 새롭고 독특한 장소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곳은 단연 서울역.
백여년 전에도 같은 모습이었던 사진 속의 서울역에 직접 들어가 볼 줄이야.
명절에 고향가는 열차표를 사려고 긴 줄을 서기도 했던 추억의 장소입니다.^^

새 역사(驛舍)가 생기면서 옛 서울역은 오랜 개보수공사를 마치고 작년(2011년) 8월, "문화역서울284"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시끌벅적한(?) 입학식을 마치고, 수강신청을 하고, 선배들과 진한 친교의 시간을 나누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문득 서울의 모습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우선 도서관에서 지도책을 살펴 봤습니다.
서울은 정말 넓고도 넓은 공간이었죠.

무난하게 사대문(四大門) 안쪽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의 시작은,
다시 서울역이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 서서 숭례문(남대문)을 바라 봤습니다.
한 눈에 딱 들어오는 시원시원한 모습.

숭례문을 보면서 약간 언덕진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게 제 첫 서울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첫 여행길을 따라, 다시 걸어봅니다.

참, 역에서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지하철연결통로에서,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안내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숭례문은 서울역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2008년 2월, 화재로 소실된 이후, 열심히 복구공사 중입니다.


숭례문 오른쪽길로 돌아가면, 그 유명한 남대문시장과 만납니다.
지금껏 한 번도 본적이 없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시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중간중간 이렇게 먹을거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보고 듣고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남대문시장이었습니다.


남대문시장을 지나 중앙우체국 왼쪽길, 옛 중국대사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대사관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지 한참이라, 예전과 같지 않지만,
아직 남아있는 가게가 있어 그나마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합니다.


중앙우체국 뒤, 화교학교를 지나면 명동거리에 다다릅니다.
연말연시 TV에 자주 등장했던, 지금도 자주 등장하는 그 명동거리.


개인적으로는, 명동거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 같지 않게 느껴집니다.
가게 이름이나 업종 정도만 바뀌었을 뿐.
그 분위기는 그대로입니다.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명동을 지나 광화문으로 향합니다.
명동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
예전 첫 서울나들이 때와 비교하면 가장 많이 변한 공간입니다.

청계고가는 철거되고, 그자리에는 청계천이 흐릅니다.

세종로 사거리에서 광화문 앞까지는 광장이 생기고, 땅속으로는 전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광화문도 개보수공사를 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문장 교대식은 전에 없던 새로운 볼거리입니다.


고궁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혜화동 대학로였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다면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

경복궁에서 혜화동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만,
그 때는 지하철 타고 갔었네요.
삼호선 경복궁역에서 사호선 혜화역까지 가려면 중간에 충무로역에서 갈아타게 됩니다.
좀 돌아가는 길이죠.

버스타기 겁나던 시절, 지하철은 부담없는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잘못타면 다시 갈아타면 되고, 노선도도 쉽게 눈에 들어오고 그랬거든요.
버스는, 요즘처럼 환승할인도 안되고, 노선도 구하기도, 알아보기도 어렵고 그래서,
확실히 구간을 아는 노선이나 지하철로 못가는 곳이 아니면 지하철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지금도 지하철을 애용합니다.^^

혜화역에 내려 마로니에 공원을 찾았습니다.
2번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마로니에 공원.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낙산 방향으로 들어가 골목골목을 기웃거립니다.
참 극장 많다.. 그런 곳이 혜화동이었습니다.


이곳도 참 많이 변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이 중간 중간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시원스런 대학로도 예전 그대로네요.~


성균관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4번출구를 찾았습니다.
돌이켜 보건데, 혜화동에서 약속이 있으면, 이 4번출구 앞에서 만났던 때가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학생들 주머니 사정에 걸맞는 저렴한 분식집이 많이 있던 거리였는데...
그 흔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게 바뀌었네요^^;;;


이렇게 입학 후 첫 서울나들이의 기억을 더듬으며, 서울의 모습을 기록해 봤습니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묘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봄날의 작은 여행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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