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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흐르는강물처럼

낚시란 무엇인가? - 박현재 선생님의 낚시관

by 초록배 2008.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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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소개드렸던 박현재 선생님의 "루어낚시교실"
출퇴근 시간에 짬짬이 보느라 아직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루어 편 끝나고 플라이 편 보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비단, 플라이 낚시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좀 길지만 한 번 씩 읽어보셨으면 해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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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낚시에 있어 어떤 고기를 낚을 것이며, 어떠한 도구로써 그것에 접근할 것인가에 앞서 즐거운 플라이 낚시를 위한 몇몇가지의 기본 지침을 먼저 살펴보자.

전통적인 계류낚시인들에게는 조금 자극적인 말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산천어나 곤들매기를 포함하여 강계의 야생송어 등은 털바늘(플라이)로만 낚아야 하며, 나아가 가능한 죽이지 말고 다시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맑은 시냇물에서만 살면서 낚시에서 감탄스러울 정도의 즐거움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낚시인 스스로가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생의 송어는 루어낚시에서도, 또 실제 먹이로 하는 미끼를 써서도 낚을 수 있는 일이지만, 루어는 물고기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기며, 미끼낚시 또한 너무 쉽게 고기가 낚시에 걸려든다.

놀이나 게임이란 아주 그 방법이 단순하든지, 아니면 한층 까다롭고 복잡한 것일수록 재미있는 법이다.

고기를 많이만 잡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어려운 플라이 낚시보다는 밑밥을 주면서 고기를 끌어모아 낚는 미끼낚시가 더 나을 것이며, 그보다 더 낫다면 낚시보다는 아예 그물을 쓰는 것이 더 만족감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생식 환경이 엄격한 야생송어, 낚시란 행위의 최종적인 목적이 꼭 물고기를 죽이거나 먹어야만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닌, 낚기까지에 이르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데에 있다면,

보다 그 과정이 까다롭고 룰이 엄격한 플라이 낚시야말로 어떠한 낚시방법보다 훨씬 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낚시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울러 낚은 고기를 되살려주는 방류(release)의 효과에 관해, 낚시로는 고기가 줄지 않는다든가 한번 바늘에 걸린 산천어는 죽는다든가 하는 등 의문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이러한 의문의 여지는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현실적인 예로, 뉴질랜드의 강, 미국 중서부의 강, 마지막 개척지로 불리는 알래스카의 하천들 등 플라이 낚시만을 허용하고 있고, 또 낚아서 놓아주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는 하천들에서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야생 송어들이 떼지어 서식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자체의 비경에도 불구하고 되살려주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지 않는 하천들에서는 극단적으로 고기가 적고 씨알도 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남지 않은 고기를 두고서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에 앞서 한 마리라도 더 많은 고기를 낚을 것인가에 지혜를 짜내는 편이 바람직한 것인가.

아니면 유유히 노닐고 있는 야생의 대어들을 눈앞에 두고서 가슴 두근거리며 어떻게 그것들과 싸울 것인가에 고심하는 편이 바람직한 낚시 방향인가.

이것은 결국 우리 낚시인들에 의해 선택되고 결정되어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출처 : 박현재 저, [루어낚시교실], 2003, 다락원, p.231 ~ p.232 에서 발췌

※ 네이버카페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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