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행운과 조우하는 경우가 간혹 있지요? 저에게 지난 주말 들렀던 양평 세미원이 그런 존재였습니다.
양평 세미원 공식 홈페이지 http://www.semiwon.or.kr
지금껏 초여름, 연꽃이 만발할 때만 찾았던 세미원.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이곳에서 수련 전시회(정식명칭은 세미원 죽란시사 – 꿈꾸는 요정, 수련)가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웃갸웃 했습니다.
‘이미 다 지지 않았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수련 중 특히 열대수련은 지금이 전성기랍니다~!
재작년부터 매년 여름, 세미원 연꽃축제 기간에 함께 볼 수 있었던 김명희 작가님의 ‘테라코타전’이 올해는 열리지 않았는데, 마침 이 가을에 세번째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기에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가을축제 기간은 9월 12일부터 10월 25일까지입니다.
세미원은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에 편리합니다.
수도권광역전철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내린 후 남쪽방향으로 10여 분 걸으면 세미원에 도착합니다.
아래 사진은 양평역 2층에서 바라 본 세미원 방향 전경입니다.^^
이번에도 지난 여름과 마찬가지로 두물머리 열수주교쪽 통로를 이용했습니다.
용늪을 지나는 구간은 언제봐도 아름답지요.
마침 하늘까지 맑아서 더욱 그림같은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수변산책로를 따라 쉬엄쉬엄 걷다보면 신양수대교 아래 열수주교쪽 입구가 나옵니다.
입장권을 구입한 후 열수주교를 건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더군요.^^;
이후로도 관람객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연꽃철에 비한다면 엄청 여유롭게 세미원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두물머리, 상재벌 쪽을 바라보는데 문득 물닭 한 마리가 물 위를 걷는(?) 장면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여름축제 때 선보였던 체험행사가 이번 가을축제에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열수주교를 건너자 마자 바로 보이는 세한정, 그 입구에 마련된 사랑의 편지쓰기 체험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세한정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세미원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사랑의 연못(모네의 정원)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세미원의 여러 장소 중에서 꽤 인기있는 곳인데 이럴수가…
간혹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 30분 정도를 전세내다시피 했습니다.
작은 연못의 수련들은 온대수련이라 피어있는 건 몇 송이 안됐습니다.
사랑의 연못에서 신양수대교 아래로 이어지는 세심로.
그 좌우로는 드넓은 연꽃밭이 있는데요. 높게 자란 연꽃은 지고 연밥만 남아 조금은 쓸쓸한 감정을 자아냅니다.
전통놀이체험, 연꽃문화체험, 작가체험 등등 대부분의 체험은 신양수대교 아래에서 진행합니다. 별도의 체험비가 필요하며, 주말체험이 많으니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해 보고 참여하면 좋습니다.
체험장을 살펴보고 수련 가득 피어있는 연못으로 향합니다.
사실, 체험장 바로 옆에 있지요.^^;
크고 작은 연못들이 잔디마당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어디에나 형형색색 아름다운 수련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고 있습니다.
앞서 잠시 말씀드린대로, 전혀 예상 못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지금 시기에 꽃을 피우는 건 대부분 열대수련이라고 하더군요.
여름축제 때와는 다르게 가을축제 안내전단은 소책자 형태로 만들어서 나눠 줍니다.
책자 안에는 축제관련 기본 정보는 물론, 다양한 수련에 대한 정보도 들어 있답니다.
매표소에 비치되어 있으니, 꼭 챙기셔서 실제 수련을 관찰할 때 활용하세요.
사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꽃만보고 명확하게 품종을 가려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아래 수련들을 보면, 종류(품종)는 모르겠으나,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꽃은 비슷해 보이는데 잎의 크기나 문양, 모양이 다른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간혹 특이한 수련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작은 수련.
크기 비교를 위해 우리가 흔히 보는, 어른 주먹크기 정도의 수련과 함께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왼쪽이 작은 수련, 오른쪽이 보통 크기의 수련입니다.
차이가 엄청나죠?
삼일동안 크기와 모양이 변한다는 빅토리아 수련은, 아쉽게도 꽃을 피운 개체가 없었네요.
빅토리아 수련은 별도의 수로형 연못에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연못에는 다양한 수생식물, 곤충, 물고기가 살고 있습니다.
물속을 열심히 들여다 보는데, 이 녀석 때문에 여러 번 놀랐네요.
넓직한 연잎에 긴 몸통을 숨기고 대가리만 살짝 드러낸 모습이 마치 뱀같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뱀은 아니고 가물치 새끼였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연못 저 연못 아름다운 수련을 마음껏 감상한 후, 같은 공간에 마련된 김명희 작가님의 ‘테라코타’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작가님은 엄마와 아기가 주인공인 흙인형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분입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드는 주옥같은 작품이 정원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그 중 유일하게 하늘에 걸려있는 작품이 있는데요.
전시를 준비하는 기간에 작가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위로하는 마음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엄마 이제는 편안하고 자유롭게 날아 다니세요’인데, 이 작품을 염두에 두고 붙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한 후 백련지, 홍련지를 크게 한 바퀴 둘러봅니다.
세심로 주변과 마찬가지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
자연의 법칙이긴 합니다만, 대부분 남쪽을 향해 머리(연꽃이었던 연밥) 돌리고 있는 연의 모습이 꽤 인상적입니다.
가을로 접어들었어도 아직 한낮은 여름 못지않은 9월, 장독대분수도 여전히 시원스럽게 보이네요.~
징검다리를 지나 연꽃박물관의 또 다른 전시회를 찾아갑니다.
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지난 여름 시작한 ‘연꽃은 깨끗하다, 연꽃은 고요하다’ 전시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한강미술협회 12회 정기전 – 예술, 물길따라 걷다’를 관람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연꽃박물관까지 알뜰하게 살펴 봤는데요.
여정을 마치려다가 박물관 바로 옆 양서문화체육공원 쪽에서 풍악이 울리기에, 뭔가 하고 찾아갔습니다.
이곳에서는 9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추석연휴기간은 제외) ‘2015 양평군 사회적경제 나눔장터’가 열린다고 합니다.
작은 무대에서는 대중가요, 기악, 성악, 춤 등 다양한 공연이 계속 이어지구요.
장터 가장자리로는 양평 곳곳에 위치한 협동조합, 농촌체험마을이 부스를 차리고 마을.기업 제품 홍보 및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뜻밖의 볼거리까지 더불어 구경한 후, 정말로 ‘보람찬 하루’ 여정을 마쳤습니다.
여름 못지않게 아름다운 볼거리가 가득한 양평 세미원.
조만간 수변을 따라 갈대, 억새도 만발할 예정이네요.
가을 여행지로 자신있게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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