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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여행

[경기도 화성] 8월 가볼만한 곳 - 매향리 평화마을과 고온항

by 초록배 2015.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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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남쪽 끝, 남양만과 맞닿아 있는 ‘매향리’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작은 어촌마을이었습니다. 허나 매향리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54년이나 이어서 겪고 있던 마을이었습니다.


 

매향리 평화마을 공식 홈페이지

 



매향리의 아픔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이곳에 미군 폭격훈련장이 들어서면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으로 모든 전선에서 전투는 중단되었고, 이후 때때로 국지도발은 있었지만 전면전이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남이나 북이나 모두 전쟁이 끝난 것으로 착각하고도 남을 시간이 흐를 때 까지, 매향리 훈련장의 사격.폭격훈련은 낮이고 밤이고 계속 되었습니다.

주민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한 오랜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거둬 2005년 8월, 드디어 미군 사격장은 폐쇄됩니다.
쿠니 사격장이라고 부르던 이곳에는 조만간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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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매향리에서는 매년 평화예술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지 폐쇄 10주년을 맞아 예술제의 규모를 더욱 키워서 ‘매향리 국제평화대회’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엽니다.
2015년 8월 29일 열릴 본 행사에 앞서 매향리평화마을 곳곳을 미리 살펴봤습니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매향리 역사관(매향리 역사 기념관)입니다.
건물만 놓고 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지만, 건물 안팎과 주변에 무덤처럼 쌓여 있는 거대한 폭탄들을 보면, 구체적인 설명없이도 이곳의 비극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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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옆 원형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한반도 지도가 놓여 있고, 가장자리로는 이곳 사람들이 사용하던 오래된 농기구며 생활용품들이 폭탄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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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화초가 자라는 식물원이지만,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런 공간입니다.
폭격의 공포 속에서 매일 불안한 삶을 이어온 이곳 주민들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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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서면 대형폭탄 무더기와 철조망 담장, 그 너머로 남양만이 보입니다.
폭격 표적으로 사용되던 윗섬, 농섬도 함께 보입니다.
조금 더 육지쪽으로 가깝게 있던 구비섬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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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작은 교회로 들어갑니다.
폭격 때문에 다른 교회들 처럼 높은 종탑을 세울 수 없었다는 이곳.
매향리의 비극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옛 건물은 종탑과 함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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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와 설치미술 작품을 살펴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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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옛 미군 쿠니 사격장 주둔지.
매향리 평화예술제(매향리 국제평화대회)의 주행사장으로 쓰는 곳이며, 추후 평화생태공원이 조성될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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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에 매향리의 옛 지명은 고온포였다고 합니다. 고온포가 고온리, 고운리, 군리로 발음이 변해, 미군들은 쿠니라고 불렀고, 그 쿠니가 자연스럽게 사격장 이름이 되었습니다.

주둔지 내에 건물은 많지 않습니다. 사격지휘소(관제탑)와 관사, 식당, 무도장(댄스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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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 아래에 무언가 쌓여 있는데, 역시나 폭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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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무도장 내부 한쪽 벽 장식이 기와지붕이라는 겁니다.
이전에도 폐쇄된 미군기지 건물 답사를 간 적이 있는데, 기와지붕 장식은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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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상태가 좋지 않지만, 보존이 결정된 건물들은 추후 옛 모습대로 복원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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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지휘소 앞에서, 지금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폭격장터를 넓게 조망한 후 고온항으로 이동합니다.

주둔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고온포구, 고온항은 그 옛날 남양만 건너 충청도로 오고가던 배들이 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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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갯벌체험, 생태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이곳은 갯벌이 평평하고 넓게 분포하고 있어서, 썰물이면 꽤 먼 바다까지 걸어갈 수 있답니다.

물때를 잘 맞추면 폭격으로 흔적만 남은 구비섬까지 살펴볼 수 있고, 걸어갈 수는 없지만 윗섬 농섬도 꽤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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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남양만 건너로 눈을 돌리면 거대한 굴뚝이 여러 개 솟아오른 넓은 산업단지가 보입니다.
충청남도 당진의 제철공장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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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 속에서 갯벌길을 걷다보니, 십년 전 까지만 해도 폭음과 진동이 가득했던 곳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갯벌길 초입에 자리잡은 가겟집. 문앞에 커다란 폭탄이 장승처럼 서 있는 걸 보고서야, 아. 여기가 그런 곳이었구나, 그런 곳이었었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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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역사 속에서 쿠니 사격장은 어머니 자연의 작은 생채기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만, 아픔이 커도 너무 컸습니다.

과거의 아픔은 잊지 않고, 그 흔적과 함께 오래오래 추념하면서, 되찾은 자연을 슬기롭게 활용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회가 된다면 8월 마지막 주말 열리는 매향리 평화예술제(매향리 국제평화대회)에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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