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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여행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김포평야의 겨울

by 초록배 201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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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벼를 재배했다는 경기도 서부의 김포.

한강하구에 자리잡은 김포는 드넓은 평야에서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왔던 곳입니다.

 

최근 대규모 택지개발로 경작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넓은 들판이 있는 곳이지요.

 

해마다 겨울이 되면, 김포의 평야에는 귀한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그 귀한 손님들은, 월동을 위해 추운 시베리아에서 따뜻한 남쪽나라로 내려오는 철새들입니다.

 

철새, 특히 겨울철새들은 큰 강의 하구,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주로 생활합니다.

경기만과 한강에 둘러쌓인 김포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나는 주요 철새도래지였습니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흰죽지, 황오리 같은 오리류는 물론

 

재두루미와 같은 천연기념물도 볼 수 있습니다(천연기념물 203호).

 

김포평야의 재두루미는 정말 특별한 손님입니다.

논은 점점 아파트단지와 공장으로 바뀌어 가는데도,
주변이 소란스러워 지는데도,
계속해서 이 곳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장 내년부터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못 볼 수도 있습니다.

 

11월 초, 생각보다 빠르게, 김포평야에는 재두루미들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한 두 가족(두루미들은 보통 가족단위로 움직인답니다) 보이다가, 계속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답니다.

 

혹시나 헛걸음 할까봐 신중하게 이런 저런 자료들을 확인한 후
재두루미가 목격된 들판을 찾았습니다.

 

 

처음 큰길에서 들녘으로 들어가던 길에서, 흙더미를 봤습니다.

가슴이 철렁(!) 하더군요. ㅠㅠ
여기도 혹시 개발 시작???

 

조마조마 하며 약간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주변을 살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 길 옆만 흙더미가 쌓여 있고, 평소처럼 너른 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어,
심심찮게 뀡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높이 하늘 위로는 쉴새 없이 오리떼가 날아다닙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도 보였습니다.
누군고 하니, 재두루미의 친구로 통하는
황오리떼 입니다.
김포에는 재두루미 있는 곳에 황오리 있고, 황오리 노는 곳에 재두루미 있다는 말이 있답니다.^^

 

황오리까지 보이자 웬지 느낌이 좋았습니다.^^

재두루미야 어디있니?
두리번 두리번 하던 차에

 

드디어 재두루미 한 가족 발견 +_+

 

말 그대로 “기쁘지 아니한가” 였습니다. ㅠㅠ

재두루미 가족은 열심히 논바닥에 떨어진 낱알을 주워먹고 있었답니다.

 

재두루미와의 감격적인 만남을 가진 후,
우선 재두루미 도래지 안내판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왜 여기로 왔냐구요?

안내판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볼 수 있거든요.^^

뭐 대단한 건 아니구요. ㅎㅎㅎ

 

이것이 재두루미 도래지 안내판입니다.

다음 사진을 보실까요?

 

짠~~
안내판 바로 뒤로,

안내판의 주인공이 보입니다.
(사진상 잘 안보이실 수도 있는데, 안내판 왼쪽 위 모서리에서 그 선을 따라 왼쪽으로 3센티미터 정도 옆을 보시면,
서 있는 재두루미 한 마리가 보이실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참 재미있습니다. 하핫~

 

주변은 공장에 아파트단지, 도로로 둘러쌓여 있는,
말 그대로 도심 한복판에서 천연기념물을 볼 수 있다니…

 

이런 장면은 정말 흔하지 않죠?

 

도래지 안내판을 본 후 수로를 따라 다시 재두루미 있는 들판으로 향합니다.

 

작은 수로 곳곳에는 또 다른 물새, 산새들이 숨어있답니다.

 

우아하게 비행중인 왜가리. 이 친구는 토박이죠(텃새). ^^

 

여름 철새이지만 텃새처럼 지내기도 하는 백로.
거울 위에 서 있는 듯 합니다.

 

인기척에 놀란 흰뺨검둥오리떼는 횡급하게 날아오릅니다.

 

잡목숲에서는 박새며 종다리도 보이고~

완전 동물의 왕국이군요.^^

 

흥미진진 농로를 걷다가, 재두루미 있는 곳으로 다시 왔습니다.

세 마리면, 부부에 한 마리는 새끼인데, 어느 녀석일까 궁금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고랑 위에 있는 녀석이 새끼네요.^^

머리까지 검회색이죠? ^^
왼쪽에 있는 어미(혹은 아비)는 눈가가 붉은 색을 띱니다.

옆모습이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앞모습을 보면 확실히 구분이 됩니다.
다음 독사진도 새끼 재두루미입니다.

 

“너구나!”

 

한참을 구경하고 있었네요.^^

한 가족이 다 인가? 생각하던 차에,
저 뒤로 한 쌍이 더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참… 철새들 보실 때는 최대한 조용하게 이동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저는, 한 오십 미터 걸어가는데, 달팽이 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ㅠㅠ

느릿느릿 재두루미가 놀라지 않게, 새로운 가족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여긴 부부네요.^^
우아하죠? ^^

 

여기서도 조용히 앉아서 한동안 관찰 했는데,
재두루미도 귀가 가려우면 긁는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하핫~

손 대신 발톱으로요. ㅎㅎ

 

부부 재두루미 뒤로, 처음 봤던 두루미 가족들이 보이는군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 너른 들판을 방황하고 다녔네요.

나중에 시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두 시간 조금 넘게, 추운줄도 모르고 여기서 재두루미를 구경했거든요.^^;

이제 재두루미들과 작별하는 시간.

내년에도 꼭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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