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넓은 경기도, 과연 어디로 가면 단풍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을까요?
매년 가을이 되면 각 시군별로 자기 지역 단풍명소를 선정해서 발표하는데, 31개 시군으로 구성된 경기도에는 갈 곳이 너무 많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인공림은 물론 자연림에서도 나무들은 같은 종이 무리지어 자라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각 지역별로 주를 이루는 수종이 있습니다.
한 구역에 다양한 수종이 모여 있는 걸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아마도 수목원이 제격일 것입니다.
경기도에는 운영주체가 다양한 여러 곳의 수목원이 있는데,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있는 국립수목원은 규모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그 중 으뜸인 곳입니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숲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광릉은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와 부인 정희왕후의 능이며, 1468년 광릉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나라에서 관리하는 숲이 되었습니다.
수목원은 서울올림픽 한 해 전인 1987년에 ‘광릉수목원’이란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답니다. 이후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되고, 이름도 바꾸었지만 아직까지 광릉수목원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광릉수목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비교적 쉽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남양주쪽에서는 광릉내에서 의정부 방면 21번 버스로 환승한 후 국립수목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의정부쪽에서는 역전 동부광장 정류장에서 광릉내 방면 21번 버스를 탄 후 국립수목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방향만 다르고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게 되는데, 광릉내 종점에서는 편도 20분 안쪽, 의정부역에서는 40~50분 정도 걸립니다.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면 방문자센터와 매표소가 길 좌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각종 체험프로그램 참여할 분들은 방문자센터에서 상담하시면 됩니다.
국립수목원 공식 홈페이지 http://www.kna.go.kr/
국립수목원은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방하며 완전예약제입니다.
주중에는 하루 5천 명, 토요일에는 3천 명까지 입장할 수 있는데, 단풍철인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는 주중 주말 구분없이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랍니다. ㅠㅠ
예약은 국립수목원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아직까지 PC용 웹에서만 가능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윈도 운영체제가 아닌 모바일기기에서는 예약이 안되니 주의하세요.
당일 어떻게 하면 되겠지 하고 무작정 수목원 왔다가 입구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분들 많습니다.
성공적으로 예약하고 오신 분들은 방문자센터 맞은편에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발권하면 되는데, 단체는 창구, 개인은 자동발권기를 이용하면 됩니다.
수목원 곳곳에 안내표지판과 약도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넓다보니 매표소에서 안내도 챙기는 것 잊지 마시구요.
시계방향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걷다 보면 수목원 내 30여 곳의 볼거리를 알차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시계방향으로 크게 한 바퀴 둘러 봤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다리를 건너고, 작은 광장이 나옵니다. 왼쪽은 어린이정원, 오른쪽으로는 산림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대로가 있습니다.
대로 가운데에는 긴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좌우 가장자리로는 아름드리 활엽수가 자라고 있기에 적당히 낙엽이 떨어져 쌓인 시기에는 걷기도, 앉아서 쉬기에도 더없이 좋습니다.^^
대로를 따라 산림박물관으로 걷다보면 얼마 안가서 왼쪽 샛길이 나오는데, 윗쪽 주관람로까지 이어지는 흙길입니다.
시계방향으로 관람할 때는 이 길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중간쯤에 산신령급 계수나무가 있는데, 수목원 명물 중 하나랍니다.
아쉽게도 계수나무들은 이미 낙엽이 다 떨어졌네요.
가까이에 있는 복자기나무의 불타는 듯 한 단풍이 아쉬움을 달래 줍니다.
짧은 숲길이 끝나고 주관람로와 만나면, 이후로는 육림호 쪽으로 걷습니다.
이곳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져 푸른빛 침엽수 사이사이로 노랗고 붉은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길 오른편에 숲생태관찰로 입구 간판이 보입니다.
습지와 어우러진 숲속을 나무바닥 관찰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이곳도 앞서 본 주관람로와 비슷한 분위기.
푸른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서 잠시 앉아 눈을 감고 사색하기에도 좋습니다.
관찰로 끝에서는 육림호 방향으로 아름다운 단풍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넓은 쉼터에서는 가져간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을 수 있고, 작은 통나무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육림호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걷다보면 호수와 어우러진 가을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가뭄이 심하지요?
지난 초여름 왔을 때 바짝 말라있던 옹달샘. 최근 몇 번 비가 내려서 그런지, 그나마 이렇게 적지만 물이 흐르고 있네요.
육림호 쉼터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전나무숲길로 들어섭니다.
전나무는 침엽수라 언제나 파릇파릇 합니다만, 키다리 전나무 사이사이로 자라는 활엽수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가을의 풍경을 연출해 줍니다.^^
전나무숲길이 끝나고 동물원으로 이어지는 언덕길로 접어들면 단풍나무가 조금 더 많이 보입니다.
언덕에 오르면 산림동물원 출입문이 나오는데요.
산림동물원 구역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관람할 수 있으며, 동절기에는 폐쇄됩니다.
이 산림동물원을 볼 날도 몇일 안남았네요.
내년, 그러니까 2016년에 경북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동물들이 옮겨 간답니다.
이쪽 문으로 들어가면 반달가슴곰을 가장 먼저 보게 됩니다.
겨울잠 자기 전에 많이 먹어서 그런 걸까요?
꽤 많이 포동포동(?)하군요. 차우차우랑 많이 닮았습니다.^^;
윗쪽 멧돼지와 늑대들도 마지막이 될 지 모르니 한번씩 살펴 본 후 백두산호랑이를 만나러 갑니다.
곰사와 호랑이사 사이 고지대 오솔길은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국립수목원의 또 다른 백미지요.
가파른 비탈 위와 아래로 단풍을 보며 걸을 수 있습니다.
호랑이사에 도착하니 귀하신 몸 ‘백두산호랑이’님께서는 곤하게 잠들어 계셨습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등돌리고 있는지라 얼굴을 못보고 내려 왔네요.
호랑이사에서 맹금류사로 내려가는 길에는 튤립나무(목튤립)가 많이 자라고 있는데, 워낙 키가 커서 나뭇잎이 콩알만 하게 보입니다.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못지않게 넓은 잎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지요.
맹금류사를 지나면 아래 평지까지 계속 내리막길.
진행방향 왼쪽에는 계수나무, 오른쪽에는 전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서 묘한 대비를 이룹니다.
내리막이 끝나면 육림호쪽 언덕처럼 출입문이 보입니다.
출입문 밖으로 나가면 왼편, 열대식물자원연구센터가 정식 명칭인 커다란 디귿(ㄷ)자 모양 온실로 갑니다.
제한개방구역이라 온실 내부까지 보려면 시간 잘 맞춰야 하지요.
오늘은 바깥만 구경하고 산림박물관쪽으로 넘어갑니다.
산림박물관 주변에는 가던 길 멈춰서게 하는, 단풍이 아름다운 나무가 참 많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겨우 산림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잠시 박물관을 구경한 후 온실쪽으로 넘어갑니다.
피라미드 모양의 온실 바깥 가장자리에는 억새 종류를 심어 놓았는데, 종류가 꽤 여러가지랍니다.
아래에 이름표가 있으니 하나씩 살펴 보세요.
억새와 물억새가 나란히 자라고 있는데, 키가 작은 오른쪽이 물억새입니다.
온실을 지나 손으로 보는 식물원, 수생식물원인 연못으로 들어서면, 이곳에서도 아름답게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쌍둥이 나무는 마치 서양 유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마도 낙우송 같습니다.
연못을 지나 주관람로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는 밤나무와 참나무, 복자기나무가 많은데, 대부분 아름드리 고목들입니다.
크기도 크고, 이파리도 풍성해서 단풍이 들면 장관이지요.
아름드리 나무들을 지나 국토녹화기념탑 앞 광장에 다다르니 ‘국립수목원 생활정원 공모전’ 수상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미를 담은 실험정원들을 구경한 후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관람규정이 까다로운 편이지만,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한번씩 찾아 볼 만한 곳입니다.
기회되시면 꼭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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