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요즘, 우리 전통가옥인 ‘한옥’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옥하면 무의식적으로 기와를 얹은 집, 즉 기와집을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요. 짚(초가)이나 돌판.나무판(너와;너새) 같은 것으로 지붕을 엮은 집도 한옥이지요.^^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가가 들어선 고양 일산신도시 지역은 불과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논밭이 대부분인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습니다.
그 일산신도시의 중간쯤에는 정발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요. 정발산 북쪽 모퉁이에는 아주 독특한 모양의 초가 한 채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밤가시마을이라 불리는데, 개발되기 전에 밤나무가 엄청난 숲을 이루고 있었다네요.
그 지명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래서 초가집의 이름도 누구누구’댁(宅)’이 아니라 그냥 ‘밤가시초가’입니다.
고양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visitgoyang.net/index.asp
경기도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일산 밤가시 초가’는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에 편리합니다.
경의선이 전철화 되기 전에는 서울지하철3호선 정발산역에서 20분 정도 걸어왔습니다.
전철화 후 일산역과 백마역 사이에 풍산역이 새로 생기면서, 이 풍산역(1번출구)을 이용하면 걸어서 7~8분이면 충분히 밤가시초가까지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발산역에서 걸어 온 경우 정문, 풍산역에서 걸어 온 경우 쪽문에 해당하는 사주문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사주문으로 들어가서 정문으로 나가는 순서로 밤가시초가를 소개합니다.
밤가시초가는 주변보다 꽤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문이든 사주문이든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마당에 이르는데, 이 마당에서도 몇 미터 윗쪽에 초가는 자리잡고 있답니다.
안내문을 보면 이 주변이 택지개발을 하면서 바닥을 고르는 바람에 초가가 얼떨결에 ‘언덕 위의 집’이 되었다는군요.^^
정문으로 들어왔다면 관리사무소 건물이 먼저 보이고, 사주문으로 들어 온 경우 민속전시관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민속전시관은 기와집, 관리사무소는 일종의 너와집 모양입니다.
관리사무소에는 직원과 문화유산해설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관람시간은 동절기(11월~다음해2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절기(3월~10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입니다.
해설사 선생님은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동절기는 오후 4시까지) 근무합니다.
제가 갔을 때 민속전시관은 공사중이었습니다.
공사기간은 2015년 11월 초부터 올해 설 연휴 직전(2016년 2월 3일)까지로 적혀 있었는데, 아쉽게도 연휴 전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했나 봅니다.
전시관은 옛 가옥구조를 종류별.기능별로 구분하고,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과 함께 진열해 놓은 형태인데요.
외양간과 헛간은 손을 안 본 것인지, 공사를 마무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온전한 형태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관에서 나오면 정면 맞은편에 관리사무소가 보이고, 오른쪽 언덕 위에 밤가시초가가 보입니다.
초가로 오르는 계단 앞에도 안내판이 있습니다.
밤가시 초가는 대략 조선 후기, 19세기 중반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답니다. 올해 기준으로 170~80년 전의 건축물인 셈이지요.
계단을 오르면 드디어 초가가 보이는데, 가만 보면 왼쪽 가장자리에 범상치 않은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짧고 큰 가시가 줄기에 촘촘하게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나무의 이름은 엄나무(음나무).
옛날에는 잡귀신과 병마를 물리치는 토속신앙에 이 엄나무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문 위나 문설주에 걸어두었다는데, 실제 초가 대문 위에도 엄나무 가지가 가로로 걸려 있습니다.
밤가시초가는 기역(ㄱ)자와 니은(ㄴ)자를 이어 놓은 모양이라고 하는데, 크게 보면 미음(ㅁ)자 형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주변은 울창한 밤나무숲이라 생활도구에 밤나무를 많이 썼는데, 초가의 주요 건축자재가 바
로 밤나무랍니다.
우리 전통 가옥의 골조는 서양건물처럼 딱딱 곧고 각이 맞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거기에는 이런 저런 사연이 많으니, 그렇게 할 줄 몰라서 그런 건 아니라는 것 쯤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밤나무초가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부분 부분 뜯어 볼 때 마다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허투루 보여도 절묘하게,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방 구조도 방 구조이지만, 동그랗게 올려 놓고 가운데는 비워 둔 초가지붕 또한 특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런 지붕 보신 적 있나요? 저는 처음입니다.
비어 있는 지붕 아래에는 그 모양 그대로 움푹 파인 마당이 있습니다.
이것은 또 무슨 용도였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집이 미음자 형태, 즉 폐쇄형이라 배수로의 역할이 컸겠지요.
이리저리 살펴 본 후 바깥쪽도 한바퀴 둘러 봅니다.
옛집은 화장실이 본채와는 별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화장실(측간)은 문간채에 포함되어 있습
니다.
안채 뒷편(바깥쪽) 굴뚝도 모양이 참 특이하네요.
이렇게 일산 밤가시 초가를 안팎으로 살펴 봤습니다.
흔하지 않은 모양의 우리 전통 가옥은 이렇게 한 채만 남아서 보존되고 있습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몇 채 더 남았으면 좋았을 것을. 다른 한편으로는 이 한채라도 남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
놀라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일산 밤가시 초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볼거리를 지닌 문화유산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정발산공원, 고양 아람누리, 라페스타, 웨스턴 돔, 호수공원 등과 함께 일정을 잡고 구경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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