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조선왕릉’을 구성하는 42기의 능 중 한자는 다르지만 한글로 하면 같은 이름을 쓰는 능이 3기가 있는데, 바로 ‘장릉’입니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꼭 지역명을 능 앞에 붙이게 됩니다.
이 세 곳의 장릉은 저마다 독특한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경기도 밖,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장릉(莊陵)은 조선 제6대왕 ‘단종’의 능입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장릉(長陵)은 조선 제16대왕 ‘인조’와 ‘인열왕후’의 능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김포 장릉(章陵)은 추존왕 ‘원종’과 ‘인헌왕후’의 능입니다.
원종은 파주 장릉의 주인공인 ‘인조’의 친아버지인데, 추존 전 존호가 ‘정원대원군’이었습니다.
조선왕조에서 네 분 밖에 없었던 ‘대원군’ 중 한 분이지요.
김포장릉은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에 무난합니다.
김포시의 중심인 사우동 김포대로에는 서울 김포공항 주변과 김포.고양을 오가는 수많은 시내.광역.시외버스가 오고갑니다.
이곳에서 52번 김포마을버스를 타면 장릉 출입구 바로 앞 정류장에 내릴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온다면 장릉 동쪽에 위치한 ‘장릉입구’ 정류장(69번, 1002번, 1004번)에서 내린 후 15분 정도 걸어가는 방법,
장릉 북쪽에 위치한 ‘사우고.김포시청’ 정류장(2, 60, 60-3, 88, 388, 3000번)에서 내린 후 20분 정도 걸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장릉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장릉을 관람한 후 김포시청 쪽으로 가서 돌아오는 버스를 탔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김포시청 쪽으로 오가시는 게 더 편리합니다.
김포 장릉은 진입로부터 아주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의 다른 능처럼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 후 지속적으로 개보수 등 시설개선을 하고 있답니다.
문화재청 조선왕릉 통합 홈페이지 http://royaltombs-office.cha.go.kr/
매표소 앞에는 장릉 안내각이 있습니다. 전체 조감도와 장릉의 주인공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지요.
한 번 읽어보고 입장권을 구입해 들어갑니다.
관람시간은 계절별로 조금씩 다른데, 입장시간은 동절기(11~1월)만 오전 6시30분, 나머지 기간에는 오전 6시부터입니다.
퇴장시간은 동절기 오후 5시 30분, 여름철(6~8월) 오후 6시 30분, 나머지 기간에는 오후 6시까지입니다.
일반관람료는 성인(만 25세~64세) 1천원이며, 단체할인 및 다양한 무료입장 혜택이 있습니다.
참고로 김포시민은 신분증 확인 후 반값에 입장할 수 있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정기휴일은 매주 월요일입니다.
매표소 겸 관리동을 지나니 새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장릉역사문화관으로, 건물공사는 마무리 한 상태이며 내부공사 진행중이라는군요. 조만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랍니다.^^
건물을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로 들어섭니다.
김포 장릉은 아름다운 산책로가 난 곳으로 유명한데요.
곳곳에 산책로를 별도로 알리는 표지판과 안내도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내리막이 끝나면 재실(능관리소)방향과 연지(능역)방향으로 길이 갈리는데, 보통 연지쪽 길을 먼저 선택합니다.
연지를 향해 걷고 있는데, 무언가 산책로를 가로지르는 짐승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고라니였습니다.^^
여기에서 고라니(사진 정중앙)를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풀숲으로 몸을 숨긴 고라니의 마지막 모습을 본 후 연지를 살펴봅니다.
연지(蓮池)는 말 그래로 연꽃이 자라는(연을 심어 놓은) 못인데, 조선왕릉 중 아직까지 연지가 남아 있는 곳이 몇 곳 없답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찾으면 장관이겠지요?
이곳 터주인 오리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잘 살펴보니 천연기념물인 ‘원앙이’도 두 쌍 보였습니다.
연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금천교가 나오고, 그 너머로 우뚝 선 홍살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홍살문 앞에서 능역을 바라보면 다른 능과는 독특한 구조의 참도가 나옵니다.
평면이 아니라 경사면을 따라 참도를 만들다 보니 계단식인 거지요.
참도를 오르면 정면에 정자각, 오른쪽에 수복방, 그 뒤에 비각이 보입니다.
정자각에서는 왕의 신주를 모시고 제향을 지냅니다.
그래서 문 앞쪽에 제수진설도(제사음식 배치도)와 기신제 안내도를 비치해 놓았습니다.
김포 장릉의 제향일은 양력으로 매년 10월 5일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날짜에 맞춰 참관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겁니다.
건물 안쪽에는 제향 때 쓰이는 여러가지 상과 대가 놓여 있습니다.
정자각 뒤로는 능침도 보입니다. 뒷편 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있는데, 마침 활짝 열려 있었네요.
정자각 뒤로 돌아가서 능침(능상)부분을 살펴봅니다.
파주 삼릉의 영릉(추존왕 진종릉)처럼 추존왕의 능이다 보니 일반릉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김포 장릉의 경우 난간석이 없는데, 문인석과 무인석은 생각보다 양감이 풍부하고 크기도 큽니다.
능침 공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올라갈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정자각 오른편 앞에는 수복방, 뒤에는 비각이 있습니다.
비각이야 특별할 게 없는데, 비각 오른쪽에 놓인 비석 받침돌이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원래 이곳은 원종과 인헌왕후의 부부능이 아니었답니다.
1626년 인헌왕후를 안장한 후 육경원이라 불렀는데, 다음해인 1627년 양주 곡촌리에 있던 원종의 흥경원을 옮겨와서 드디어 부부능(쌍릉)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왕으로 추존되기 전이라 능이 아닌 ‘원’의 격식에 맞게 조성하고, 원호는 ‘흥경원’으로 불렀습니다.
1632년, 아들인 인조가 아버지를 왕, 즉 원종으로 추존하자 원도 능으로 승격해서 새단장을 해야 했는데, 능침은 그대로 두고 석물만 교체했다는군요.
공사 때 사용하지 않은 석물들을 능 왼쪽 언덕에 묻었는데, 이 비석 없는 받침돌이 그 중 하나랍니다.
지난 2007년 지상으로 노출된 것을 수습해서 여기로 옮겨 놨습니다.
발굴조사를 하면 비석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왕릉 공간을 살펴보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내려가기 전 정자각에서 원지 쪽을 바라봤는데, 경사지여서 그런지 아주 독특한 풍경이네요.
홍살문을 지나면 산책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집니다.
길을 걷다 보면 아름드리 나무와 어린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며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까치나 박새, 참새같이 주변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새는 물론, 오색 딱따구리, 어치, 쇠딱따구리같이 특별한 새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원지로 돌아와서 재실로 넘어갔는데, 요즘 재실은 보수공사 중이랍니다.
아쉽지만 외관만 살펴봤네요.
김포 장릉 경내에는 원지 말고도 그 아래쪽에 저수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원지보다 규모가 큰데, 둑방에는 간단한 탐조대를 설치해서 여름철새, 겨울철새 관찰할 수 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여름철새가 찾아오는 봄, 겨울철새가 찾아오는 가을에 한 번씩 탐조체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문화재청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 참조).
저수지를 둘러 본 후 이날 관람을 마쳤습니다.
김포 장릉은 아름다운 산책로가 일품인 세계유산입니다.
조선왕릉에 관심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파주 장릉, 영월 장릉과 함께 묶어보고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단, 파주 장릉은 비공개 능으로, 일주일쯤 전에 미리 조선왕릉관리사무소로 연락해야 관람 가능합니다.
김포 장릉은 김포시청 뒷편에 있는데, 능에서 시청으로 이어지는 도로 좌우 가로수가 벚나무입니다.
4월 초에서 중순, 벚꽃이 만발할 때 이곳을 찾으면 벚꽃놀이도 덤으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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