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 안동, 전주, 경주 등을 중심으로 한옥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촌과 서촌에 밀집한 한옥은 20세기 초에 지어진 개량형 한옥이 대부분이라 전통 한옥 기와집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안동이나 경주 등의 집성촌 한옥마을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어서 큰 마음 먹고 찾아가야 하지요.
그런 점에서 남양주 진접읍에 위치한 여경구 가옥은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한옥의 예스러운 멋을 한껏 지니고 있으면서도 적당히 파격적이고, 게다가 수도권 교통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양주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nyj.go.kr/culture/index.jsp
진접 여경구 가옥은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 편리합니다.
서울에서는 강변역(1번, 92번), 청량리역(88번)에서 여경구 가옥이 있는 원내곡마을 입구를 경유하는 경기버스가 다닙니다.
전철 이동을 최대화한다면, 중앙선 전철 구리역 가까이에 있는 구리등기소 버스정류장에서 위의 세 노선버스로 환승한 후 원내곡 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구리역 – 원내곡 간 소요시간은 편도 30분 정도.
정류장에서 내리면 길 건너편 언덕 위로 커다란 기와집의 모습이 바로 보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마을길을 따라 5~6분 정도 걸으면 여경구 가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마을회관을 지나는데, 앞쪽에 느티나무 고목과 쉼터가 있습니다.
가옥에 가까워지면 오르막길 경사가 급해지는데요.
아래에서 길은 와이(Y) 자 모양으로 갈라집니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도 상관은 없는데, 제가 갔을 때는 왼쪽, 그러니까 대문채는 잠겨 있었습니다.
뒷부분으로 오를 수 있어서 담장을 따라 크기 빙 둘러서 맞은편으로 갔는데, 이쪽은 대문이 없고 진입로가 마당과 바로 연결이 됩니다.
그런데 가옥 안내판은 대문채 바깥쪽에만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길찾기 자체는 제대로 한 것이었습니다.^^;
가옥 전체를 조망하기도 이쪽이 수월합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되어 나라에서 관리받고 있는 진접여경구가옥(榛接呂卿九家屋)은 이 마을 사람들이 ‘연안 이씨(延安李氏) 동관댁’이라고 부른답니다.
동관댁이 택호(宅號)인 이 집은 여경구의 장인 ‘이덕승’의 8대조가 250여 년 전에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참고로, 앞서 지나 온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보호수의 수령도 25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니, 고택과 무슨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경구 가옥은 18세기 후반 중부지방의 사대부 가옥 구조를 잘 갖추고 있답니다.
주요 건물은 대문채, 사랑채, 안채, 사당, 곳간채이며, 미음(ㅁ)자 틀 안에 들어선 건물들이 서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조금씩 떨어져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닫혀있는 대문채의 중앙은 솟을대문이라 웅장한 멋이 있습니다.
좌우로는 행랑채와 외양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맞은편으로 오르면 길 오른쪽에 곳간채 담장이 보이는데요.
이 담장은 사당의 담장과 더불어 소박하면서도 정제된 아름다움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 기단을 쌓고, 그 위에 크고 작은 돌들을 적당히 배치해 돌담을 쌓은 후, 그 위에 기와로 좁게 두 단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윗부분은 그냥 벽으로 별다른 장식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체 모양새는 벽과 담이 합쳐진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담이 끝나면 넓은 마당이 보입니다.
앞쪽에는 대문채가 보이고, 그 오른쪽에는 정면 4칸 반, 옆면 1칸 반인 사랑채가 보입니다.
사랑채는 높은 기단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생각보다 더 높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앞부분 뿐만 아니라 뒷부분에도 좁은 마루가 있습니다.
사랑채 뒷편 윗단에는 사당이 있습니다.
사당 건물 자체는 평범하나, 양 옆 벽의 꾸밈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경복궁의 꽃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돌과 암.수기와를 활용해서 다양한 문양을 만들어 놓았는데, 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이 더해집니다.
이런 담은 안채 맨 바깥쪽 쪽문 옆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안채는 곳간채와 대칭을 이루며 기역(ㄱ)자와 니은(ㄴ)자를 합쳐 놓은 모양입니다.
아쉽게도 안채로 통하는 정문은 곳간채 맨 오른쪽에 있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어서 안마당으로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틈으로만 살짝 안을 들여다 보았네요.
사랑채 옆으로도 쪽문이 하나 더 있는데, 역시 잠겨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뒷편 언덕 위에서 전체를 조망해 봤습니다.
특이한 점은 안채 오른쪽에 뒷방과 골방.광이 이어져 있는데, 지붕은 한 일(-)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뒷마당에는 우물도 있지요.
건넌방의 지붕이 안방과 직각으로 맞대어 있어서 전체 모양은 정(T)자처럼 보입니다.
말로 설명하니 다소 복잡한데, 실제로 보면 어떤 모양인지 바로 감이 오실겁니다.^^;
건넌방과 곳간채 사이, 그리고 사당 뒷편에는 고목들이 몇 그루 자라고 있어서 고택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이렇게 진접 여경구 가옥 곳곳을 살펴봤습니다.
안채를 못 본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언젠가 볼 날이 있겠지요.^^
가옥은 마을의 가장 좋은 자리,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서 주변 전망이 아주 뛰어납니다.
마치 전망대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남양주로 여행가시면 우리 한옥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진접 여경구 가옥에 꼭 들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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